건강식의 고정관념,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
‘건강하게 먹는다’는 표현이 종종 절제와 자제의 이미지로만 비춰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건강한 식사는 특정 음식군의 배치나 특정 재료의 유무로만 규정될 수 없다는 관점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특히 이민자 집단과 다문화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식문화는 단순한 향수나 의례적 의미를 넘어, 실제 영양학적 기능과 건강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전통음식이란 무엇을 가리키나
전통음식은 지리적·민족적·종교적 또는 지역사회별로 형성된 식습관과 조리 전통을 포괄하는 개념 수준이다. 여기에는 특정 식재료의 선택, 조리법, 의례적 사용법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들 요리는 세대 간 전승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는 사회문화적 장치 역할을 수행한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토마토·파스타 계열, 동아시아의 김치·해조류 중심 식단, 혹은 카리브해 지역의 아프리카·인도·유럽이 뒤섞인 퓨전형 일품요리가 해당 지역의 전통음식을 구성하는 사례 수준이다.
공식 가이드라인과 현장 간 괴리

미국 USDA나 캐나다 식품지침서는 문화적 식생활을 고려하라는 방향성을 제시한 상태다. 다만 임상 현장과 교육 과정에서는 문화적 역량(문화적 민감성·무편견 치료 능력)이 충분히 체계화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흐름이다. 영양사 교육과정에서 전통식의 이해는 표면적으로 다뤄져도 실제 상담·치료 지침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적다.
이런 단절은 환자와 전문가 간 신뢰 형성에 영향을 주며, 영양지도에 대한 순응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뢰 붕괴는 단기적 혈당·혈압 관리 실패뿐 아니라 장기적 만성질환 위험 증가로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 흐름이다.
‘건강한 접시’의 다른 얼굴

서구 기준의 건강식은 종종 채소·단백질·곡물의 비율로 단순화된다. MyPlate와 같은 모델은 시각적으로 유용하지만, 일부 전통요리는 한 그릇에 여러 식품군을 결합해 제공하는 특성이 있다. 예컨대 카리브해의 일품요리인 oil down은 전분성 식품인 빵열매, 채소, 코코넛밀크, 그리고 단백질원이 한 번에 조리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구성 요소가 혼합된 식사는 서구 기준의 접시 분할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영양적 가치를 지닌다.
중요한 점은 특정 식재료의 희소성이나 인기 여부가 곧 영양적 우열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역 가용성·조리법·섭취 패턴을 고려할 때 각 지역의 전통식은 충분히 영양학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서구 식품과 전통식의 대응
- 케일이 지닌 항산화·섬유질 장점은 타로잎(다쉰 부시)이나 시금치와 같은 지역 채소로 대체 가능한 수준이다.
- 퀴노아의 단백질·섬유분은 쌀과 콩의 조합에서도 비슷한 기능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흐름이다.
- 저지방 닭가슴살의 장점은 껍질을 제거한 다른 부위의 가공·조리 방식으로 유사한 영양학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오메가-3 지방산의 공급원은 대서양 연어 외에도 지역에서 잡히는 등 푸른생선이나 정어리로 보완 가능한 수준이다.
영양학적·생리적 관점의 재해석
전통음식의 영양적 가치는 구성된 거대영양소와 미량영양소의 비율, 그리고 흡수율(생체이용률)로 분석할 수 있다. 조리 온도와 시간은 비타민 손실과 항산화 물질의 가용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예컨대 콩류의 고온·오랜 조리는 저항성 전분을 생성해 장내 미생물에 좋은 기질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일부 비타민은 소실되는 흐름이다.
혈당지수(GI)는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과 식사 조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전분질 식품을 지방·단백질과 함께 섭취하면 위 배출 지연으로 혈당 상승률이 완화되는 패턴이다. 한 그릇에 탄수화물·단백질·지방·채소가 섞여 나오는 전통요리는 이런 맥락에서 혈당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장내 미생물 변화는 발효식품과 섬유소 섭취 패턴에 민감하다. 김치·된장·요거트 같은 발효식은 단기적 면역조절과 염증 반응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보고되지만, 그 효과는 개인의 기존 장내 환경과 섭취량에 따라 달라지는 흐름이다.
사회문화적 기능과 치료적 가치
전통음식은 가족과 공동체의 결속, 의례·축제의 의미를 보존하는 사회적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러한 맥락은 식이순응도에 직결된다. 환자가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영양사 조언을 따를 확률이 높아지는 데이터 기반의 추세가 존재한다. 즉, 문화적 수용성은 임상적 순응성 향상으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이다.
실무적 함의: 영양상담과 공공보건의 관점
임상 영양사는 식단을 설계할 때 지역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조언은 비판이나 금지를 전제로 하기보다는 대체가능한 영양 목표(단백질·철분·오메가-3 등)를 제시하고, 조리법 수정으로 위험요인을 줄이는 실천방안 중심으로 제시하는 흐름이 효과적이다.
공공보건 차원에서는 식품 가이드라인과 영양 교육 자료에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미지·예시·메뉴 항목의 다변화는 메시지 수용성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방향
전통음식을 건강적 틀 안에 포함시키려면 두 축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하나는 임상·교육 시스템의 문화적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 다른 하나는 지역별 식문화에 기반한 식단 평가법과 지침을 개발하는 흐름이다. 이를 통해 영양지도는 보다 현실적이고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결론적 관찰
건강한 식이 패턴은 특정 식품의 유무로만 판정되는 수준이 아니다. 전통음식은 여러 식품군을 하나의 식사로 결합해 영양적 균형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식생활 지침과 임상 상담은 문화적 맥락을 반영해 개인별 상황에 맞춘 목표 중심 접근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바람직하다.
실제 건강 결과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시되고 유지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핵심적 시사점이다.